테니스동호회(CT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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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A(?) 모범답안 & 테니스 에피소드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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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 (sw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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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7
    4. 2003-12-27

본문

일요일에 모범답안 올리기로 했지만 회짱님의 :-) 에 마음 약해져서 고만...
아울러 이 모범답안은 제가 올린 두번째 날 소감에 많은 리플을 달아주신데에 대한 약속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럼 모범답안을 읽어 보시기를...


재싱 테니스동호회원들께,
현재 19시30분, 급보가 회장단으로부터 도착했습니다.
모든 회원들께서는 19시50분까지 아래와 같은 개인도구들을 준비하셔서
테니스코트(빨간 색깔에 싸인 녹색의 사각형 모양임)에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1) 테니스라켓           ; 그물(Seine) 이 달린 총이니까 ! 하나는 spare
          2) 2-3개의 테니스볼  ; 수류탄에 비유함
          3) 선글래스              ; 나이트경기에 필요함, shiny하니까...
          4) 모자                    ; 전시의 헬멧과 비슷하죠
          5) 손목밴드              ; 붕대와 비슷하죠!
          6) 운동화                 ; 전투에는 전투화, 운동에는 운동화
          7) 물통                    ; 오염되었는지는 항상 확인이 필요하죠
          8) 마스크                 ; 혹, 감기들었는데도 테니스하는 mania에게 필요,
                                          실제로 이런 인간(?) 본 적 있음!
우리 동호회는 두개그룹으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TD(호랑이와 용; 용호상박을 연상하세요)이고, 다른 하나는 MD(남자 미키마우스와 여자 도날드 덕; 초보자들을 비유함=> 화내기 없기!)입니다. 시합개시시간은 20:00 정각.
TD 그룹은 한쌍씩 시합을 하고, MD 그룹은 개인별로 운동합니다.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6개의 라이트(조명탄과 비슷하죠?)가 켜지고,
이때부터 서브를 넣고(수류탄을 던져라=> 서브를 넣어라), 즉각 네트를 향해 전진하라(전방공격을 위해)
물론, 상대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흔히 초보자들이 시합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가 친 볼이 다시 return되어 오는 것입니다)!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쉬지 말고, 공격! 공격! 공격!!!
적이 가능한 빨리 질 때까지...
상대와 당신의 포근한 휴식을 위해...
[후세인수배는 그냥 양념으로 삽입한 것임]
전략상 후퇴(베이스라인으로 되돌아가는것)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네트앞에서 승점을 결정하라.
한 경기가 끝난 후, 벤치로 돌아가도 좋지만, 갑작스러운 call에 대비하여 항상 체력단련을 하라.
===== 이상 ====================

머리 좋으신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이상은 우리 테니스 동호회 모임공고 war version이었습니다.
원래는 저희 콘도 공고 war version인데, 우리 동호회 모임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Cathy님 몰랐찌? 아참, 팥쥐지... 언제 원위치 할껴?


근데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콘도에서 매주 3번 모이니까 [reminder] 포함하여 최소한 매주 3번 형식적인, 관료적인 모임공고를보내기가 지겹기도 하고, 재미없기도 하구, 아울러 회원들의 사기앙양도 시킬 겸해서 위와 같은 war version의 모임공고를 지금으로부터 두달전에 보냈답니다. 평소에는 회신이 열명중에 두명정도 있을까 말까했는데, 그날은 회원들의 성화가 대단했습니다. 어떤애는 자기나라에서 사관학교를 나왔다나요! 그래서 이런 문장보면 힘이 팍 솟구친데요! 그래봤자 졸따구들 괴롭힌 얘기겠지만... 이번주 일요일 시합상대를 지옥으로 보내주겠다고 열변을 토하더라구요, 지가 뭐 정말 mission impossible 인 것처럼~~
내가 보니 실력이 빤하던데... 지가 먼저 지옥가겠더구먼...

그중 인도애(가칭 Kumar라 칭함)는 민병대출신이래요, 그때 고생했던 야그들... 땅개로 빡빡 기던 얘기부터 M1인지 M16인지 사격연습하다가 기합받던 얘기등등... 그러면서, 자기는 excellent soldier 였대요! 저희 모임에선 실력이 가장 밑에 있는 왕초보인 주제에... 금요일모임에서도 이 war version 얘기를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자기자랑을 늘어놓더군요... 모두들 Kumar의 평소 테니스실력을 잘 알고 있던터라, 반신반의했죠!
갸~우~뚱~

평소의 Kumar 테니스 실력이 어느정도냐구요?
무릎위로는 잘 움직이는데, 그 밑으로는 자석에 붙어 있는지 도무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상이 가시죠?
무릎밑이 안 움직이니까 그 위가 아무리 잘 움직여도 폼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입니다.

운명의 일요일이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지만 고통의 그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습니다. 그 Kumar에게로~~
08:00 정각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는데, Kumar도 그날따라 멋있는 복장에다가 선탠크림을 잔뜩 바르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입장했습니다. 하도 많이 발라서 얼굴이 허옇더군요! 그러고는 거수경례를 착.
모두들 박수로 환영했져... 한마디로 코미디영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커피마시면서도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무릎위로는 온갖 폼을 다 잡고는 오늘은 기필코 3승을 하겠데요!(정정; 커피마시는 중간중간에 폼 잡음) 그러고는 사관학교출신 애 한테는 뭔지 모르지만 복수의 눈빛으로 째려 보더군요.
걔는 기냥 소방울처럼 멀뚱멀뚱 눈알만 굴리고 있었는디...

10분정도 워밍업을 겸한 난타를 하는 중에도 오늘따라 Kumar의 스윙이 힘이 넘치더군요! 콘트롤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무릎밑이 조끔 움직이니까, 없는 폼이지만 조끔은 우아하게 보이더라구요. 컨디션이 좋은지 그날은 코트밖으로 나간 볼은 없었습니다. 대신 담장 철조망에 박힌 공이 몇개 있었지요! 낙동강 오리알 처럼...

이윽고 시합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필리핀딩, 그리고 Kumar와 싱가폴딩, 그렇게 한조가 되어서...
1:0 1:1 2:1 2:2 3:2 3:3 막상막하인지, 막상막상, 막하막하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게임카운트를 꽉꽉 채우면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아름다웠습니다. 드디어 Kumar의 서브게임! 초보니까 서브는 잘 못 넣습니다. 허나 스트로크는 예상불허죠! 그 폼을 보고 공이 어디로 날아갈런지는 저같이 30년동안 테니스한 사람도 절대로 모릅니다.
(정식으로 배운 상대의 경우엔 폼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구질의 볼을 어느 방향으로 어느정도의 세기로 보낼건지 알 수 있지만...) 그리고, 저희 편의 필리핀딩이랑 은근히 라이벌의식이 있습니다.
둘다 실력인지 시력인지 비스무리하거든요.

15:0, 15:15, 30:15, 30:30, 40:30으로 상대가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Kumar가 서브 넣은 볼을 필리핀딩이 아주 멋있게 리턴을 했습니다.
그것도 Kumar가 서 있는 면의 왼쪽 구석으로...
못 받을 줄 알았는데, 근데 웬일입니까!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로 필리핀딩 우측 깊은 곳으로 공이 팽하고 날아갔습니다.
요 장면이 결정적인 부분입니다.
누가 봐도 엄청 잘 친 볼이었습니다.
복식시합시에 전위와 후위의 두사람사이로 공을 깊숙히 보내는 것은 아주 고난도의 기술과 파워를 요합니다. 근데 이 Kumar가 그런 볼을 쳤단말입니다! 그 순간, Kumar 머리는 감상mode로 들어갔습니다.
자기도 자기가 친 볼이 믿기지가 않은지...  
그것도 라이벌의 필리핀딩한테로...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것을 경험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황홀한 눈빛으로 그 볼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첫사랑의 그녀를 보는 것처럼...
테니스볼이 큐피트의 화살로 보였겠죠!
또 한 포인트 따서 서브게임 이기는 환상이 올동 말동 보였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필리핀애는 죽어라하고 죽을 똥 살 똥 운동 mode 였지만...

문제는 요거였습니다. 운동mode에서 감상mode로 감에 따라 Kumar의 근육이완이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었겠죠!
그 순간 이 필리핀딩이 괴력을 발휘했지 뭡니까!
라이벌의식이 발동했는지 모르지만,
그 받아치기 어려운 볼을 리턴해서 Kumar 왼쪽으로 다시 보냈답니다.
소ㅑ~ㅇ 하면서요... (복식의 전위를 하다보면 볼이 날라가는 소리가 정말로 들립니다!)
그 다음은 상상이 가시죠?
전혀, 꿈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볼이 날라오니까,
라이벌의식 + excellent soldier 자존심이 발동해서 그 볼을 아까와 같이 강하게 리턴했습니다.
아니, 공은 네트에 걸리고, Kumar는 앞으로 나뒹굴었답니다.
왜냐구요?
감상 mode에서 운동 mode도 아닌 전투 mode로 갑자기 전환할려꼬 하니께,
마음은 되~는~데, 머리로는 되~는~데, 몸이 안 따라 가~줘~서~
고만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 쥐가 났지 뭡니까!

한 10분동안 Kumar는 꼼짝을 못했습니다. 정말루... 저도 이런 경우는 첨 봤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안 그래도 선탠크림 발라서 하얀 얼굴이 더욱 더 하얀색으로 서서히 바뀌더라구요.
누구는 911 부르고, 누구는 클럽하우스로 뛰어 가고, 누구는 걔 집으로 전화하구...
비상연락조직도 없는데 분업화가 기냉 자동으로 착차아악~~
무거운 분위기속에 조~용~한 침묵속에서도 우리들의 정신은 말똥말똥했습니다!
20분쯤 지나니까 제 정신으로 돌아오더군요.
게슴프레 뜬 눈으로 나를 보고는 미심쩍은 미소를 보이곤 Im sorry 라고 하더군요

<중략>

두달이 지난 지금,
War version은 다시 관료적인 공고로 환원되었고,
Kumar는 아직도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습니다. 그래도 테니스는 열심히 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별명이 하나 더 늘었지만...
WS라꼬...
Not World Star But Wounded Soldier !
그리고, Kumar 덕분에 제 단어집에 새로운 단어가 하나 첨가되었습니다.
           쥐                 ; mouse
           사람 쥑이는 쥐; cramp

초보자분들 부상 조심하세요!
Cathy 팥쥐, 해석 안 하길 잘했지? 완죤히 안 당하고...
리플 많이 달아주세요, 그러면 2탄이 올라갈겁니다.
제가 올리는 것은 전부 실화!

댓글목록

손성원님의 댓글

손성원 (rei225)

와~와~와~~~

심심이님의 댓글

심심이 (smy2031)

정말루 잼난 글입니당~~~~

우리 테니스 모임의 글짱으로 Sun님을 임명합니다~~~~~~

손성원님의 댓글

손성원 (rei225)

그리고 테니스 뉴스와 테니스 스킬에도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아무래도 Sun님의 글솜씨와 수십년의 구력이 합쳐지면 엄청난 글 들이 올라올것 같은데, 기대해도 되겠지요? :-)

Sun님의 댓글

Sun (swwoo)

부끄럽사와요~~~ 이 정도가지구...
재미나게 읽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어디 이제부터 슬슬 뉴스와 스킬쪽에도 손을 건드려 볼께요.
(회장단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하며... ㅎㅎㅎ)
아울러 여러분들의 빗발치는 조언과 심심한 격려의 말씀 기대할께요!
:-) :-) :-) :-) :-) :-) :-) 아구 손가락 아퍼!

O양님의 댓글

O양 (gracye)

뛰어난 테니스 실력과 더불어
이렇게 훌륭한 글 솜씨도 가지고 계셨네요.우와~~~~~~~~
정말 부러버라~~^^

벌써 Sun님의 또다른 재미난 얘기들이 기다려지네요 *^^*

J님의 댓글

J (ruok69)

잼있었겠당  ㅡ,.ㅡ

손성원님의 댓글

손성원 (rei225)

I thought Jei is the only person who does those kind of joke but it turns out that there is even BETTER one. :P
FYI, it took me a while to get that joke. :-(

공지 2008-09-18
  1. 18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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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
공지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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