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동호회(CT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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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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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하늘에서 내려오네...하얀 꽃송이..
곤히 자고 있는데 새벽 4시 30분에 불침번이 우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고참들 : 우........씨.........도대체 뭐야?
불침번 : 아예......일직사령님이 제설작업 땜시 조기기상 시키랍니다.

국방부는 이게 괴로운거다. 장군들이 출근하기전에 미리 제설작업을 다 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서 청사 주위와 정문서 올라오는 도로, 그리고 그 넓은 주차장들을 모두 쓸어서 눈을 치워 놓아야 한다. 일직사령이 열외 한명도 없이 모두 참석하라고 했지만 곧 제대할 갈참들이 새벽부터 눈치우는걸 달갑게 여길 리가 있겠는가.. 케비넷에도 숨고 그 밑에도 짱박히고 모포더미속에도 숨고 하며 갈참들은 요령만 피우지..집합을 안 했다.

일직사령 : 자아...모두 열외없이 다 집합했나?
나 : 제발 인원점검을 해라...해라..
일직사령 : 다 집합했겠지 뭐.. 출발!
나 : -_-;;;

이윽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청사로 향해서 출발.......
4번초 야간(새벽 1시에서 3시)근무를 갔다 온 사람은 1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또 일어났다. 이렇게 자고도 견뎌내는 군인들을 보노라면 람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청사도착.....! 넓디 넓은 주차장, 경사진 도로, 몰아치는 눈보라...

컴컴한 곳에서 눈에 반사되는 달빛만 가지고 작업하는 불쌍한 우리 군바리들....! 침체해 있는 사병들에게 배 윤수 상병이 힘을 복돋워 주었다. 배상병 : 야야.....이왕하는거 잼있게 하자구... 억지로 해서 좋을게 뭐 있겠어.. 힘내..힘내...파이팅!!

군인들 : 에고. 맞습니다. 애들아...힘내라..어서 하고 자러 가자.
쫄병들 : (힘을 내며...) 와...와...파이팅...

짜증스러워 하는 사병들이 배상병의 한마디로 모두 힘을 얻었다. 나는 눈 사이를 뛰어다니며 넉가래로 불도저처럼 마구 밀고 나가고 담아서 퍼내고 쓸었다.

?넉가래란 네모난 나무판자에 길다란 나무막대를
붙여서 만든 눈치우는 간단한 도구다.
마치 데모, 시위 같은걸 할 때 자신의 주장을
글로 써서 마구 흔드는 피켓같은 것.
이걸 거꾸로 눕혀서 땅에 대고 눈을 밀면서 나간다.
군대에는 반드시 있는 도구다.?

모두다 온갖 괴성을 다 지르면서 닥치는대로 눈을 치웠다. 넉가래를 마구 몰고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는 일병, 암만 쓸어도 눈이 쓸리지 않자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꽁꽁 얼어 있는 얼음을 쓸고 있었던 상병, 일은 하기 싫고 가만 있으니 춥고 해서 억지로 눈 위를 마구 뛰어다니는 물병장.......!

그 속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죽도록 눈만 퍼내고 있는 새로온 신병들! 열심히 한탓에 한 시간만에 눈이 모두 다 치워졌다. 돌아와서 다시 모두 누웠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기위해 눈을 감았다.

나 : 아....힘든 제설작업이었다....어서 자야지...
불침번 : 기상..........
나 : ..............으흐흐..-_-;;

30분동안 취침을 하고 다시 기상해서 식사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오전 9시가 되자 일직사령이 또 집합을 시켰다.

일직사령 : 에.......이번엔 눈 마무리 작업을 해라. 출발~~~!

아침에 한 작업은 장군들 출근때까지 길을 터준 임시 작업이었고 이번에는 진짜 제설 작업이라고 한다. 입에서 쌍 시옷이 마구 나오려 한다. 다시 모두 집합을 해서 청사로 출발을 해야했고 갈참들은 또다시 캐비넷에서 숨어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성격이 매우 낙천적이었던 배 윤수 상병.....

배상병 : 야야...힘내...이런거 군대 아니면 언제 해보겠니? 자자.나도 하는데 짜식들이.... 이왕하는거 재밌게 하자구........
나 : 그래...그래....틀린말 아니지 뭐.. 사제에서 노가다 한 번 안 해본 내가 이런것 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겠지 뭐.
군인들 : 힘내자....힘.......와와.. 파이팅!!

구석구석에 있는 눈까지 모두 털어서 한곳에 쌓는 완전 눈 제거 작업을 했다. 죽도록 일하고 다시 막사로 돌아 와서 막사주위의 눈까지 모두 치웠다. 녹초가 되어 내무반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었다.
일직사령이 오후 2시쯤에 모두를 집합 시켰다.

" 음.....이번엔 또 뭐지? 고생했다고 뭔가 맛있는거라도 나눠주려나? "
" 글쎄.. 건빵이나 맛스타가 나온게 아닐까? "
" A급 팬티나 좀 나누어주지..쩝.."

모두들 궁금해 하며 막사 앞에 집합을 했다.

일직사령 : 에........너희들이 이번 할 작업은..... 눈 치우는 작업이다.
우리들 : -,.-  샨
일직사령 : 에.....그냥 치우는게 아니라 보기좋게 깨끗하게 치워서 예쁘게 좀 쌓아 놓길 바란다......이상 . 출발~~~!
제기랄....제기랄.....제기랄....제기랄......제기랄......제기갈........!

이 정도면 욕 안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옆에 쌓아둔 눈이 보기
싫게 엉망으로 쌓여 있다면서 좀 예쁘게 다듬으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거다
. . .
예쁘게...........말이다. 크하하.....눈물이 다 나올려고 하네.. 쩝!

별들이 득실득실하는 국방부는 이런게 정말 짜증나는거다. 군대니깐 어쩔수 없다 다시 제설장비들을 들고 청사앞에 집합한 사병들! 여전히 낙천적인 배 상병!

배상병 : 자자....이왕하는거.....재....밌....게......재......히익?
쫄병들의 살기 등등한 얼굴을 쳐다본 그 배상병은 눈더미 뒷쪽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모두 다시 청사로 가서 쌓아둔 눈을 다시 쌓고 모두 그런대로 보기좋게 쌓았다. 눈에 한이 맺힌 듯 마구 마구 퍼서 쌓고, 치고, 때리고 난리였다. 모두 죽도록 노가다를 하고 다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세면하고 쉬려니깐........

독자들 : 일직사령이 또 집합을 시켰단 말이죠?
리앨 : 잘 아시는군요. -_-;
으음......이번엔 또 뭐야?

모두 아무말도 없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뚱~한 표정을 하고 막사앞에 집합했다.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벌써 빗자루와 넉가래를 들고 나타난 고참도 있었다.-_-;

이윽고.....일직사령이 말을 하기 시작...

일직사령 : 에.......이번 집합한것은 눈 마무리 작업때문이다
우리들 : 개쌔기..........
일직사령 : 그냥 두면 눈이 밤새 얼어붙어 내일 엄청 미끄러울 것이다.
우리들 : 소쌔기........
일직사령 : 모두 다 치워놔야 니들이 내일 편할수 있는거다.
우리들 : 말쌔기.....
일직사령 : 출바~~~알!
우리들 : 출발 !! T♠

다시 청사로 가서 얼어 붙으면 안 될 부분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미끄러운 부분에는 흙을 퍼와서 덮고 뒷 마무리를 깨끗이 한 뒤 막사로 돌아왔다. 눈 작업하다가 하루를 꼬박 보냈다. 모두 지쳐버려 내무반에 앉아서 멍하니..TV 를 보고 있는데 이영욱 상병이 부산에 외박갔다가 들어왔다. 소대 신고를 하고 사온 떡뽁이와 순대를 우리에게 풀어놓는다. 배고픔에 지친 고참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먹어댄다.

그때 옷을 벗어서 케비넷에 넣던 이영욱 상병이 창밖을 보더니 외쳤다.
" 앗!....또 눈이 내리네?.....얘들아.....눈 좀봐라......함박눈이야....함박눈. ...밤에 눈내리는 장면도 엄청 아름답네...부산엔 안 오던데....캬..쥑인다 쥑여."

다음 장면은 마치 슬로우 모션 영화를 보는거 같았다. 떡뽁이를 먹어 입주위가 시뻘건 고참들이 머리를 서서히 들더니 이영욱 상병을 노려 보았다. 눈까지 뻘개져 가는 군인들이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보는 걸 보고 놀라는 이 상병.

" 어? 지...진짠데......지..진짭니다. 엄청 아름.....다운.. -_-;;"
정말 이제 눈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최근 군인들은 신현준과 고소영을 엄청 싫어한다고 한다. 왜 싫어하는지는 CF를 보면 잘 알것이다....-_-

이런 나날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니 군바리들은 눈을 보기만 해도 치를 떤다. 새벽에 또 깨울지 몰라서 모두 잡일들을 미루고 바로바로 취침에 들어갔다. 나는 하느님께 경건히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제발 오늘 저녁은 고참들에게 강간 당하는 꿈도 좋으니 제설 작업하는 꿈만큼은 안 꾸게 해주소서.....크흐흑..

댓글목록

hyowon님의 댓글

hyowon (hyowon)

군대는 예전이나 저 있었을때나 별반 다를게 없는 거 같아여... 그래서 군대에 발전이 없나(?) ㅋㅋㅋ

심심이님의 댓글

심심이 (smy2031)

ㅋㅋㅋ 그래도 가끔은 그때가 그리운건 왜일까여~~^^*
제가 있었던 부대가 탄약 대대라서 약 67만평이었는데~~~~~
밤에 순찰차타고 순찰도는데 약 30분~~ 이정도면 대충 상상이 가시겠져~ -,.-

가끔은 저도 차라리 눈속에 파뭍혀서 죽고 싶을때가 있었져~~~T.T

까뮈님의 댓글

까뮈 (sung9071)

국방부 장관 온다고 우리 부대장 하는 말 진입로 2km 미싱하우스 해
그날 우리는 거의 죽었죠..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좋은 추억이네요

Cathy님의 댓글

Cathy (emtravelkoko)

욱, 나 군에 입대하구 싶었는데..

키가 넘 작라서리  rejected 됬음당...

O양구 rejected case라더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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