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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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댄스동호회에서 양로원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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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세월 (emsyk0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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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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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우리는 Red Hill에 있는 양로원에 YMCA 스텝과 도우미 그리고 SMU대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부푼 마음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물론 전날 우리는 김치만들기 시연회와 해물파전을 대접하기 위해 쌤 댁에서 모여 준비를 하고 단싱스텝도 점검하였지요.  사실 한국에서 지낼때는 저는 용기가 없어서 외로운 분들께 봉사를 할 엄두도 못내고 약간의 기부금만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외로운 분들 보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날까봐(봉사자의 자세로 마이너스 100점이지요) 아니면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 싶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우리 한국엄마들이 그동안 배운 춤으로 봉사를 한다고 해서 가장 몸치인 저이지만 자발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가 도착을 하고 먼저 순서로 YMCA 도우미들의 중국 전통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거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음 순서로 Korean Dancing팀이 소개되었습니다. 첫번째 곡으로 "꽃바람"으로 시작하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박수를 치기시작하셨고 다음 곡으로 "첨밀밀"을 준비하였습니다.  곡이 시작하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와 티엔미미아?(첨밀밀의 중국말)"하시면서 반가워 하십니다.  그곡이 끝나자 마자 잽싸게(정말입니다. 잽싸게...)옷을 갈아입고 김치시연회와 해물파전 부칠 준비를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물으십니다.  좀 전에 춤추던 사람들이냐고요.  전혀 달라보여서일까요?  앞에서는 남숙언니께서 능숙한 요리프로 진행자처럼 영어로 김치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보이자 옆에서는 호끼엔, 도츄(중국 사투리들)로 번역을 해서 어르신들께 알려드립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테이블마다 팀을 이루어서 해물파전을 부쳐서 대접해 드리자 할머니, 할아버지는 연신 "하오츠, 하오츠(맛있다)"하십니다.  그곳에 가기전 듣기로는 너무 어려운 세월을 살아오신 나머지 잘 웃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시간만은 너무 잘 웃어주셨습니다. 그날 날씨가 30몇도라나요? 에어컨도 없이 파전을 부치는데 덥긴 좀 더웠습니다만 행복했습니다.  다음은 조를 짜서 움직일 수 없어서 그자리에 못오신 분들께 선물과 파전, 김치를 전달하러 갔습니다.  제가 만난 첫번째 할머니는 80세 가량이신데 외동딸을 두고 계셨는데 외동딸은 일을 나가고 그 딸의 3자녀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신 듯 얼른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손녀는 중국계이고 두번째 손자는 금발이고 막내는 인디언계입니다.  외동딸의 고단한 삶을 단박에 알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거실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5명의 식구가 지내지만 외롭지 않아서 행복하시다는 할머니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금발의 손자와 막내 손녀가 저더러 Korean Dancer라면서 싸인을 해달랍니다. 좀 전에 공연을 봤다면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같아 얼른 싸인을 해주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또 온 가족이 그 싸인을 보고 웃습니다.  언제 다시 올거냐면서 날짜를 확답을 달라는 물음에 비겁하게 "다시 오기를 나 역시 희망한다."라는 뺀질이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돌아가는 복도 끝에 대고 할머니가 "갓 블레스 유"라고 해주셨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감사해서요.  다음 집은 귀가 어두우신 98세 할머니댁이었는데 할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롭다고만 하십니다.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외롭다고 하시는데요. 자식이 4명인데 한달에 한번 정확하게 2시간 앉아있다 간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외로움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희가 떠난 다음 또 외로우실 것 같아 죄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생전처음 한국인을 보는데 예쁘다고 하시자 옆의 싱가폴 도우미 아줌니의 눈빛이 찰나적으로 "오 디어"하는 눈빛으로 0.05초 정도 저의 위 아래를 훑어내려 갑니다. 그래서 저도 눈빛으로 "봤지? So, what?"하는 눈빛을 날려주었습니다. 동시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제 사이즈가 딱 봐도 XXL 사이즈거든요.  돌아나오는 길  할머니를 한번 안아드리고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조심해서 가라고 소리를 지르십니다.  귀가 어두우셔서 크게 말씀을 하시거든요.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그 날의 바쁜 일정을 되돌아 보니 어찌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지요.  우리들의 재롱(?)을 마음껏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셔서 감사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즐거우셔서 우리도 즐거웠습니다.  쌤과 멤버여러분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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