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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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사는 이야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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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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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9-13

본문

   ‘2010년’이 먼 옛날이 되었을 때
-건강도 행복도 모두 내 맘속에 있더라.-

2010년이 먼 옛날이 되었을 그 때,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분명 지금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얼굴에 주름살도 붙었을 법하고 생각의 방향과 방식도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심신의 변화에 못지않게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황들도 주변에 널려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도, 행복도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나타나 있을 것이다. 생리적으로 그렇고 외부적 요인도 우리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냥 그대로 두지 않기에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세월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우주의 섭리는 우리를 저 먼데로 옮겨놓을 것이다. 그래서 너와 나의 앞이마에는 연륜이라는 달갑잖은 딱지가 덩그레 붙어 있을 것이다.  
    
지금 그 때의 당신 모습을 그려보자.
엄마가 어머님이나 할머니로 아빠가 아버님이나 할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바꿔 불러질 것이다. 머리칼이 희끗거리고 주름살도 꽤나 많이 생겼을 것이다. 사위보고 며느리도 보았을 것이다. 손주들을 봐주니 마니 티격태격 할지도 모를 일이다. 친구끼리 모여 앉으면 출세한 아들딸자랑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할 것이다. 손주의 재롱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의 단골 메뉴로 끼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처량한 처지도 없으라는 법이 없다. 제 밥벌이도 못하는 자녀도 있을 수 있고 장가 시집 안가거나 못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오로지 남의 이야기였던 것이 고스란히 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러니까 말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의 질병 가운데 네 명당 한 명이 암환자라고 한다. 병원에 가보면 환자들로 넘친다. 우리는 건강할 때 건강을 모르고 산다. 언제나 나는 건강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어쩌면 불안을 떨쳐내기 위한 의도된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에 그런 것이다. 막연한 희망에 쉽게 기대는 버릇이다.    
우리는 얼마나 건강에 투자하는가?
하루 30분씩 5일간만 규칙적인 운동을 권하지만 실천에는 인색하다. 간단한 걷기 운동조차 외면한다. 아파트 한 층을 오르는데도 엘리베이터에 의지한다. 도처에 운동기구가 널려있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여긴다. 게으름이 몸에 베였고 편의가 마음을 점령해 버린 증세다. 그렇게도 말리는 음주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일시적 쾌락에 쉽게 기대버린다. 훗날,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나는 예외일 것이라는 자만이 돌이킬 수없는 회한으로 가슴을 칠지도 모른다. 건강 하나만 잘 챙겨도 이미 성공한 인생인데 말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모순을 껴안고 살아간다. 나에게 닥쳐오는 불행의 예고조차도 남의 것으로만 치부한다. ‘내 사전에는 불행이란 없다’고 믿는다. 참 좋은 자신감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자신감은 만용이다. 준비된 자신감이라야 그런대로 꿈의 실현을 기약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자가진단부터 해보자 그리고 먼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자. 내 아이 내 남편 그리고 내 아내의 20년 30년 뒤를 상상해 보자.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까?
나의 꿈은 어디쯤에 있을까? 자녀들의 꿈은 얼마만큼 이루어 졌을까? 너무 궁금하고 흥미롭지 않는가. 그 하고많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내적요인보다 더 무서운 외적인 온갖 장애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치 앞을 가늠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이란 단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내일 닥칠 일을 모르기에 오늘 웃을 수 있고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오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내일이라는 단어에 매달려서 말이다. 오늘의 웃고 욺이 내일 어떻게 뒤바뀔지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때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이 있고 그 내일 또한 불만스러워도 모레라는 미래가 있어 오늘의 나에게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부모가 그랬을 것이고 내 또한 그렇다. 어쩌면 인생 그 자체가 부질없는 망상일지도 모르면서도 꿈과 희망을 보듬고 사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2010년이 먼 훗날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본다. 사실 먼 훗날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나이이면서도 모기(耄期: 여든에서 백 살까지)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 때를 헤아리면 바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인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인간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그토록 간절한 소망들이 산적한 것이다. 몸은 비록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지난 발자취만은 부끄럽지 않는 인간으로 온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죽어도 살아있는 것이라는 나름의 철학에서다.

흔히 인간의 기본덕목으로 인(仁), 의(義), 예(禮), 효(孝) 4가지를 꼽는다. 덕목은 사람과 환경과 종교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네 가지를 고집하고 있다. 仁하지 않고 겸손을 말하지 못한다. 따라서 나눔을 얘기할 수 없다. 義롭지 못하면 신뢰를 논할 자격이 없다. 관계가 성립되지 못한다. 禮를 지키지 않고서는 세상 이치의 질서를 말하지 못한다. 상하 좌우가 하나같이 질서의 틀에서 돌아가지 않는가. 孝란 인간의 기본이다. 자신의 뿌리를 존경하지 못하면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인, 의, 예의 모체가 효에 있어 더욱 그렇다. 케케묵은 유교사상이 아니다. 인간의 도리이고 생활의 지혜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30년 뒤면 칩 하나면 못할 것이 없다. 눈 속에 쏙 들어가는 컴퓨터로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기가 막히는 세상이 온단다.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모든 것을 성취하는 즉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설렁 그렇다고 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하는 덕목이다. 이것만은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0대 60대 70대를 상상하며 자기 얼굴을 그려보라.
2010년에 꾸었던 꿈은 이루어졌는가? 남부럽지 않는 사회적 지위는 완성하였는가. 노년에 힘들지 않을 만큼의 재력은 확보하였는가. 성공한 자녀들이 자랑스러운가. 우선 이렇게 꼽는 것이 물리적으로 맞다. 사람이 바라는 가장 원초적 그리고 보편적 희망사항임에 틀림없는 그림이다. 그런데 일흔을 살아본 나의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라. 꿈대로 희망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지만 언제나 부족하고 불만스럽더라. 내가 그렇고 내 자식이 그렇더라. 어릴 적 꿈은 하나도 성취하지 못했다. 우뚝 내세울만한 명예도 얻지 못했고 재벌은 고사하고 조그마한 포켓을 두툼히 채울 수 있는 재물도 챙기지 못했다. 객관적 외형적 꿈의 성취는 낙제점이더라.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남의 그릇을 넘보지 말자고 했다. 내 그릇에 만족하려 마음 고쳐먹었다.

결론은 이렇다.
오로지 인간답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이미 놓쳐버린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여생이라도 그렇게 살기로 마음 다졌다. 남에게 상처 주는 행동거지 하지 말고 마음 하나라도 나누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든 ‘허 허’ 웃자고 했다. 쉽지 않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하 하 허 허’가 내 것이 되지 않겠는가. 염세주의나 패배자의 넋두리가 아니다. 낙천도 아니다. 과욕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가지자는 제안이다. 과욕은 끝이 없고 그로해서 불행해 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지금 젊은이들은 2010년이 먼 옛날이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에 전혀 걱정할게 없다. 이웃과 인사 잘하며 정 나누고, 남의 불행을 내 것으로 여겨 마음아파하고, 거리에 침 뱉지 말고, 부모와 노인네들과 더불어 사노라면 그것이 곧 세상을 사는 바른 모습이니까. 사소한 자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아주 작은 배려가, 곧 사람이 가야하는 큰 덕목으로 커가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상대가 웃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 아니던가.  

내가 지나간 자리가 깨끗하면 내 마음 그만큼 가뿐해 진다. 시기하지 않고 탐욕 부리지 않으면 그 또한 얼마나 홀가분하던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리면 얼마나 마음 편하던가. 공은 남에게 흠은 내가 안으면 얼마나 흐뭇하던가. 크고 멋진 꿈은 품되 이뤘다고 교만하지 않고 못 이뤘다고 낙담하지 말자. 인생이란 본디 꿈의 동물이니까 욕심일랑 어쩔 수 없지만 마음 하나 다스리면 천하가 내 것이라는 시구도 익혀두자. 이는 성인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음의 다스림은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내 능력 범위에 있지 않은가.  
“감투가 없으니 남의 입질에 오르내릴 걱정이 없더라.” “도둑맞을 걱정 없으니 마음 편하더라.” 극단적인 비유이기는 하지만 명예와 재물의 탐욕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만큼 정신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건강도, 행복도, 성취도 모두가 내 맘 속에 있더라는 이야기다.    
모두 그렇게 2050년 2100년을 맞자. 그래서 지나간 2010년을 되돌아보며 미소 짓자.    

                                                                                           <21회에서 계속>

드리는 말씀 : 늙은이 쉰 소리만 해대서 식상하지는 않는지요? 하지만 71년이란 세월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주 작으나마 삶의 지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관과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인간이 지켜 가야할 기본은 같다고 여겨져서 말입니다. 격려와 비판도 아낌없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저에게 힘을 실어주시는 Tony님, 간띠분곰님, 투썬즈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애독하여주시고 추천하여 주시는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시원찮은 글이나마 계속 올릴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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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웃자님의 댓글

웃자 (emsabina825)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러잖아도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고,,, 몸도  정신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중에 선생님의 좋은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에라디혀~님의 댓글

에라디혀~ (nobude1)

와...선생님 말씀 100퍼센트 동감하는 저 소울메이트로 인정해 주시죠. 하하하... 조급하고 화나는 일 생길 때마다 전 십년 뒤를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십 년 지나 지금 이 아둥바둥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어 있을까?' 그러면 매번 답이 나옵니다. 전 지금 갚을 빚 하나 없다 (이것도 무진장 힘들더군요)에 인생 만족하며 사는 철없는 40대랍니다. 룰라랄라..이젠 좀 모아야는뎅;;;

훌랄라님의 댓글

훌랄라 (hgh987)

좋은 글, 늘 감사해요~  새글이 올라올때마다 반가운거, 아시죠?  ^^

간띠분곰님의 댓글

간띠분곰 (encarrot)

어르신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쪽지를 받았을때 너무 감동을 받아서 몇시간 쓰러져있었드랬습니다....^^;

ellen님의 댓글

ellen (ellenkim)

어르신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계속 글을 올려주십시오. 다음 편을 고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소담스런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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