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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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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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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3-12

본문

      조기유학과 기러기
  - 교육이란 대저 무엇인가? -
  
기러기!
언제부턴가?
부부 가운데 한 배우자가 외국에 나가 자녀들을 학교 보내고 있는 경우를 일컬어 기러기 가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위 유학 기러기다. 외로움과 그리움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언어 장벽에다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러기 생활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몹시 힘 든다.  
1~2년의 단기 기러기 생활이 대세지만 3~5년도 적지 않다. 3년 이상 헤어져 산다는 것은 부부는 물론 온 가족이 다함께 겪어야 하는 고문 이상의 고통이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살기에 따라 보람이고 행복일수도 있다. 그러나 흔치 않다. 그럼에도 왜 이토록 힘들고 고달픈 기러기의 길을 걸어야하는가?  
자식을 위한 무한의 희생인가? 자신들(부모)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훌륭한 종족보전을 위한 무의식 속의 맹목적인 사랑의 발로인가? 아니면 자신의 부질없는 욕심의 자승자박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자문자답하면서 갈등하고 회의에 빠져 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누구나 후손이 잘 커서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는 없다. 문제는 경쟁이라는 구도가 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는데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부지불식간에 뛰어든 경쟁의 틀 속에서 스스로 아파하며 연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는 것이 삶이다. 각자의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오늘을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대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가르치어 지식을 주고 기르는 일’이라고 풀이한다. 교육(敎育)을 중국의 자전(字典)에서는 “敎”는 위에서 베푸는 바를 아래가 따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어른이 어린이에게 모범이 되는 것을 전달하여 그것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育”은 자식을 부양하여 선(善)을 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교육은 모범을 전달하는 학습이며 자식을 먹여 살리면서 착하게 살도록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학자 ‘E. 뒤르켐’도 참다운 교육이란 각 민족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사상, 감정, 관행 등을 모든 어린이에게 직접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은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으로, 또는 중국 ‘자전의 교육’이나 ‘E 뒤르켐’의 교육 철학에서 멈출 수 있는가? 아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충족해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재능의 극대화다. 기러기생활을 자원하는 이유도 교육의 다양성과 다극화에 따라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인류는 나날이 진화하고 과학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것이 현대사회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도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면서 인간 본래의 삶의 가치도 추구해야 하는 참으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과 도피할 수 없는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 세계로 나가야하고 엄청난 지식을 읽히고 탐구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교육은, 곧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 받기 위한 것이고 그 약속의 결정체는 행복이라는데 이른다.    
톨스토이의 교과서적인 인생론도 있지만 나는 ‘인생은 B (birth;탄생)로 시작해서 D(death;죽음) 로 끝난다는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인생론에 더 공감한다.
사르트르의 말대로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절망을 바라보면서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B와 D사이에 C (choice;선택)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수많은 선택(選擇)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과 미래는 결정되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공감이다. 언제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다. 즉 선택이다.
기러기의 길을 선택하였다면 그 선택의 길에서 기회(chance)를 엿보고 변화(Change)를 모색하며 끊임없이 도전(Challenge)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조기유학 3년차를 눈앞에 둔 내 손자를 보노라면 이렇게 만감이 교차한다. 유학을 결정하고 떠날 때만 해도 회의와 거부감을 가졌다. 저 어린 것들이 부모 품을 떠나 이역만리 낯선 하숙집을 떠돌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아들 며느리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길을 찾지 못한다고 겨우 2, 3학년짜리 아이들에게 꼭 외국 유학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하는가?
그러나 용케도 아이들의 생각은 앞서 갔다.
부모의 일방적인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라 본인들도 동의하고 원했다는 것이다. 남이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간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들에 의한 유학을 선택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타고난 팔자라고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들 둘이서만 타국에서의 하숙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낯선 문물은 고사하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환경을 제들끼리 견뎌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이들의 팔자론이다.
그럼에도 잘 버텨내고 이겼다. 하지만 한계는 있는 법이다. 손녀는 어느 날 갑자기 우울했고 손자도 누나 따라 힘들어 했다. 사춘기의 현상이었다. 그들에 있어 고비였다.
우리 내외가 싱가포르에 올 수 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동이기이기도 하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지난해에 오기는 했지만 정말 장한 아이들이다. 내 손자의 자랑이 아니라 어린 유학생의 한 단면이다. 그리고 참 잘 한 선택하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손녀는 한국에서 중학교 입학을 위해 지난 2월1일 귀국하여 6학년에 들어갔다. 주변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적응도, 공부도 잘하고 있으니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외국에서 어려운 환경에 잘 적응한 경험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영어 실력은 한국의 고등학교 수준으로 인정받고, 지난 여름방학 3주간의 모 국제중학교 캠프 생활에서도 최상위반에 편입되어 잘 해 냈다고 하니 얼마나 대견한가.
이곳의 손자 또한 너무 씩씩하고 당당하게 잘 커 주고 있어 더 할 나이 없이 좋다. 싱가포르 올 때는 알파벳도 모르던 녀석이 지금은 내 통역까지 도맡아 해주고 컴퓨터는 나보다 더 잘 다루니 이 이상 고마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인생은 곧 선택(choice)- 기회(chance)- 변화(Change)- 도전(Challenge)이라는데 확신을 갖게 한다. 하지만 ‘선택’에는 그만한 확신이 서야 한다. 외국 조기유학을 선택하는 것도 당사자는 물론 부모의 장래까지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신중해도 실패는 언제나 있다. 다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7전8기의 사례를 보고 때로는 경험하기도 한다. 열 번 스무 번 쓰러져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내공 말이다. 기회는 널려있다. 이 또한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부모와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다. 내 손녀의 경우를 보면 싱가포르의 유학은 참 잘 선택하였고 그 기간도 알맞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만족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국에서 여러 나라 인종들과 어울리는 사회성을 익히는 체험만으로도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큰 재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어쩌면 영어나 중국어의 연수보다 더 큰 수확일거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그 넓혀진 시야를 통해 자기의 삶을 알게 모르게 반추하고 나아갈 통로를 다방면에서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것이 선택과 기회의 다양선상에 다가서 있다는 고지의 선점이다. 변화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자연스런 도전의 출발선이라는 것 또한 나의 생각이다.
여기에서 필수적인 조건은 간단없는 고민과 식지 않는 열정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공부든, 직장이든, 사업이든 심지어 놀이까지도 미치도록 몰입하는 마음가짐이다. 푹 빠지지 않고는 거둘 수 없는 것이 성공이라는 월계관이다.  


      - 필자가 말하는 10가지 교육법 -

1. 존경받는 부모

자녀로부터 존경받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모범적인 삶이란 생각만큼 녹록찮기 때문이다.
일흔을 살아오면서 가장 회한으로 남는 것은 자식들에게 포근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데 있다. 자녀에 있어 아버지는 엄격해야 된다는 유교적 사상에 젖어있던 나였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얼굴을 자주 맞대는 직업도 아니었다. 육아와 가사는 전적으로 집 사람의 몫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유년기에 비친 아버지상은 아마도 차갑고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조그마한 실수도 꾸지람의 잣대가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들 나타나는 표현이 딱딱하니 제대로 인식될 리 만무다. 그뿐인가. 비록 가난한 시절이라고는 하나 아버지로서 넉넉한 재정적 지원도 못했으니 ‘돈 못 버는 아버지’, ‘깐깐한 아버지’로 각인되었을 것은 자명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언제나 비판적인데다 아내에 대한 자세 역시 가부장적이었으니 애비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일 테다. 아이들에게 확실한 아버지의 장점을 심어주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후회스럽다.
자녀들에게 이미 각인된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훗날 어떠한 말이나 설명으로서는 만회할 수 없다.

2. 당근과 채찍 그리고 솔선수범

기러기 부모의 경우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부모의 어느 한쪽이 없는 상황에서 자녀에게 쏟게 되는 정은 너무도 크다. 아무리 잘 못해도 나무랄 수도 없을 정도로 안쓰럽고 아깝다.   정에 사로잡히다보면 자칫 큰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다. 기본적으로 당근과 채찍이 조화로워야 한다. 이 기본이 불분명하게 얽히면 혼란스럽다.
두 번째는 솔선수범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 그 실천은 부모가 먼저 보여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서운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듯하다.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자녀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 미래를 결정짓는 디딤돌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예컨대 길을 건널 때는 꼭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모범을 실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적당’은 금물이다. 이곳의 문화에 대한 설명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비난하는 태도는 해롭다. 비난보다 문화의 차이를 인식 시키거나 본받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설명해야 한다. 좋건 나쁘건 상대를 존중하는 심성을 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사회성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3. 당당한 자세와 다양한 체험

상대를 존중하면서 당당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보다 낫다거나 못하다는 우월감이나 월등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든 면에서 절대 우위도 열세도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다민족이 공존하는 장점과 약점도 아이들에게 있어 풋풋한 현장 실습이다.
나는 손주들이 피부나 언어와 그들의 관습과 상관없이 잘 어울렸다는데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학교 친구들과 부모까지 초청하고 싶다. 서로 오가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실제적 경험을 통한 교육만큼 큰 효과는 없다. 이는 또한 아이들에게 있어 좋은 추억도 되고 일생을 두고 값진 자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도록 권유한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것은 배우고 나쁜 것은 버릴 줄 아는 취사선택의 산교육장이 되기에 그렇다.

4. 이웃과 소통하는 법부터 가르쳐라.

어디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교류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 또한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효과가 크다.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병폐가 이웃과의 단절이다. 옛 날 우리민족은 이웃을 친척보다 더 소중히 여겼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먼 곳에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곳의 이웃이 사람의 삶에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익히 알면서도 실천에는 인색하다. 날로 극심한 개인주의사상의 팽배는 끝내 인간 중심이 아닌 물질만능이라는 비인간적 동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 잘 못된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웃과 소통하는 과정을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진심으로 축하하여 주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가짐이다. 요즘은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 ‘한국촌’을 통해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가끔씩 보게 될 때가 있어 우려스럽다. 이제 기러기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통해서 그 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고 불행은 나누는 것이다”고 말이다.

5.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가족의 소중함이야 두 말 할 나이조차 없지만 때로는 소홀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러기 생활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인해 오해하고 섭섭하고 멀어질 수 있다. 반면에 조그마한 배려로 가까워지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적은 마음 씀씀이에 있다. 부부는 물론 부모에 대한 우리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자는 이야기다. 얼마 전 몇 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주 지혜로운 기러기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항선을 타는 남편과 통화를 할 때면 온갖 아양을 다 떤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꼭 와 닿는 말이었다. 흔히 아양이라면 귀염을 받기 위해 일부러 애교를 부리는 행동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대상이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이만 아니면 아주 좋은 삶의 지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천냥 빚도 말 한 마디로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서운하고 화난 상대라도 사근사근 다가오면 금방 마음이 편하게 바뀌는 경험을 누구나 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해도 거듭하면 할수록 진정성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힘들면 힘들수록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은 표현이라는 유일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말과 글이라는 소통 수단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다. 속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표현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유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축에 낀다. 왜냐하면 아내와 자식들이 하나같이 소통에 무디기 때문에 늘 서운하고 때로는 화가 치밀 때도 흔히 경험하고 있어 그렇다. 성격상 그렇거니 하면서도 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의 안부 이메일 하나도, 며느리의 편지 한 장도 귀하게 간직하는 이유도 소통의 절실함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단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전화 좀 하라며 나무라기도 했다. ‘아버님, 더운 날씨에 얼마나 힘드신지요?’ 기껏해야 스무 글자 이내의 표현이면 듣는 나로 하여금 행복의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다. 이 한 줄의 말조차도 인색한 우리들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6. ‘감사’와 ‘사랑’을 습관화하라.

손자에게 아빠 엄마와 통화가 끝날 때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꼭 말하도록 한다. 학습에도 복습효과가 있듯이 습관에도 반복효과가 있다. 자꾸 하다보면 몸에 베이고 몸에 베이면 그대로 실천으로 옮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부모가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효과가 있다. 엄마들은 시부모에게 얼마나 안부 전화를 하고 있는가? 아빠는 장인 장모를 얼마나 챙기는가?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하루에 몇 번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가? 부부사이는 신세대들의 말처럼 닭살이 돋을수록 좋다. 아름다운 표현, 따뜻한 말은 다다익선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정감은 상승(相乘)효과로 배가되는 것이다.
천성이 무디다는 변명은 금물이다. 좋지 못한 습관은 훈련을 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젊은 아빠 엄마들, 아직도 대놓고 “사랑한다.”고 말 못하고 수화기에 대고 “뽀뽀”도 못한다면 이 글을 보는 즉시 실천하기를 권고한다. 그 달콤함이 어떤 것인지, 활력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지 절실히 체험하게 될 것이다.

7. 기러기들은 영어를 배워라.

기러기가 된 이유가 자녀의 교육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쉬운 말로 최소한 본전치기 이상은 해야 한다. 높은 환율에다 국내의 불경기로 기러기 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고 고달프다. 영어 하나라도 딱 부러지게 배워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나 엄마도 자녀와 함께 배워야 한다. 기왕에 선택한 기회다. 가사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첫째 자녀에게 배우는 재미를 직접 보여주면서 독려하면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솔선수범의 일환이다. 두 번째는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허송할 수 없는 것이다. 무료로 봉사하는 종교 단체도 있고 저렴한 수강료로 가르쳐 주는 그룹지도 형식도 많다고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절효의 기회인 것이다. 자연발생적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자녀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는가?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한국에 있는 배우자에게도 힘과 희망을 주는 일거이득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허사다. 성취를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얻는다.

8. 여행을 많이 하라.

자녀들과 가능한 범위에서 여행을 많이 하도록 권하고 싶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가까이 있는 나라들이 많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은 견문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즐거움 못지않게 자연스런 역사, 환경, 관습에 관한 현지 공부다.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역사 탐방”도 그런 의미에서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있어 탐방 공부는 그저 그만이다. 여유가 닿는 대로 가급적 여러 나라 문명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이 역시 입지적인 기회니까 잘 활용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우리도 시간이 나는 대로 다닌다고 다녔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앞으로 많은 기회를 갖고자 여행정보를 모우고 있다.

9. 교육관련 정보에 눈독을 들여라.

이곳 싱가포르의 교육제도와 정보를 많이 아는데 신경 써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기본이다. 설령 1~2년의 단기 유학을 계획 했지만 살다보면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대학까지도 다닐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많은 정보를 알다보면 이곳에서 더 공부하고 싶어지거나 빨리 접어야 한다거나 하는 판단도 명확해 진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교육과정은 지극히 경쟁적이어서 쉽게 공부할 생각은 금물이다. 이곳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여느 아시아 국가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마친 후에는 초등졸업시험(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을 치르고 중등과정 이후에는 진학진로에 따라 각각 다른 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은 국립 싱가포르 대학교, 난양 기술 대학교와 싱가포르 매니지먼트 대학교가 유명하고 이 외에 기술대학으로 테마섹, 싱가포르, 니안, 난양, 리퍼블릭 폴리테크닉이 있다. 모두 만만찮은 학교이지만 우리나라 학교와 직장간의 접목이 문제다. 상호 인정하는 시스템의 미비다. 그래서 신중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10. 최선이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

결론은, 쉬운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의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이것이 인생이다. 자녀들의 교육 역시 보편적 삶의 철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의 타고난 재능을 잘 관찰하고 파악하여 진로를 선택하는 일이 자녀의 장래를 결정짓는 기본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러기 생활”을 선택한 이상 상응하는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기러기에 대한 정신적 물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곧 자녀들로 하여금 언어습득은 물론 학업과 성취도의 절실함을 깨우치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효율적인 방법은 기러기부모와 자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가는 일체성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려 한다. “최선의 노력이 최고의 결과를 낳는다.”는 내 나름의 철학을 전하고 싶다.

                                                                          <화요일에 만나요>

드리는 말씀 : 지난 회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기러기 엄마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꿈과 희망을 좀 더 진중히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러나 가장 확실한 회답은 ‘자신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기러기 엄마들 파이팅!

* 싱가포르를 생각하면 아내의 교통사고가 아픕니다. 다음 달쯤 교정수술을 앞두고 지난 세월이 불현 듯 떠올라 사진첩을 꺼내 보았습니다. 40대 중반만 해도 젊었었는데 어언 백발이라니 세월의 무상함에 가슴이 저밉니다. 그래서 내 그림 두 장을 올렸습니다.
                                                                                                      

댓글목록

그릇님의 댓글

그릇 (sybae4u)

열심히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한사람입니다...저 또한 기러기의 생활을 시작한 엄마로서 선생님의 말씀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현지에서 기러기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말못할 어려움들이 많았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힘을 얻습니다..사모님의 빠른쾌유를 빌며 다음편을 기다려봅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그릇님, 댓글의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자연스레 적응됩니다. 어디든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저의 어쭙잖은 글을 통해 도움이 되셨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맛깔님의 댓글

맛깔 (karchizorim)

지금도 멋지세요~~ 백발의 아름다움~!

맛깔님의 댓글

맛깔 (karchizorim)

절대 염색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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