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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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천은 의구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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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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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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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은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네요.
매년 4월초순의 밤과 낮, 윤중로 전체를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올해는 영등포 사진 작가 초대전까지 겹쳐져서 국회의사당 뒷길은 너무나 흥청이고 있었지요.
바람 한점없는 여의도,
해마다 이맘때면 황사를 동반한 바람이 이곳의 벚꽃을 흔들면,
마치 눈이 내리듯이 쏟아져 내리는 그 아름다움에, 아스팔트 바닥이나 보도위까지 온통 환해지곤 했었지요.
비라도 내리면, 순식간에 꽃잎들이 떨어져내리고,
앙상해진 가지위,
꽃잎들이 자리하던 그 자리엔 어느새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버찌들이 앙증맞게 작은 몸들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두어달이 지나면 앙증맞던 그 모습이 거무스름할 만큼 붉게 물들어서 사람들의 입속에 새콤한 맛을 느끼게 해주고, 보기만 해도 침이 솟아나게 만들지요.

밤에도 가로등 불빛에 환하게 비치는 그 모습에 함께 걷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은 한없이 울렁이네요.

먼먼 남쪽 작은 도시에서 맞은 선거 바람은 너무나도 황량했었지요.
그 힘든 선거 유세 기간이 지나고,
그나마 지지하던 이의 승리를 뒤로하면서 원주를 거쳐 강남, 그리고 김포까지 내달았지요.

복사꽃 향기 속에서,
복사꽃 눈이 되어 내리는 그 강가에서
맞이하는 도화원의 풍경 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랍니다.

매화꽃이랑...
복사꽃,
배꽃,
살구꽃,
개나리꽃,
온갖 꽃들이 시세워 피어나는
산과 들은

도시에 찌들린 마음들을 포근한 휴식속으로 데리고 가지요.
겨우내 움추렸다가,
점심 식사후의 가벼운 운동,
그리고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노곤하게 밀려드는 졸음,

나는 그 속에서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단 소망을 말하지만...
아아, 어김없이 나를 떠미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며,
다시 한번 한반도를 등지고 적도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야 한답니다.
방랑의 세월이 끝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면서...

문득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활 했더니,
일본에서 전활 받더군요.

난 일요일날 떠나는 데,
그앤 월요일날 돌아오겠다나요...

조금은 삭막한 느낌으로
한국에서 오랜만에 맞는 주말이 되려나 봅니다.

싱가폴을 떠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라왔었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시 돌아가야하는 싱가폴,

싱가폴의 가을은 언제나 오려는지,
싱가폴에 봄날이 오긴 할텐가?
정말 지축이 뒤바뀌지 않으면 이뤄지지 못할 소망이지만,
난 언제까지 그런 희망을 얘기하면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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