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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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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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자녀들 유학으로 인한 부부의 생이별을 두고 “기러기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부를 두고 왜 “기러기”라는 대명사가 붙었는지?

사전에서는
“기러기는 짝을 잃고 홀로 되면 다른 배우자를 다시 찾지 않는 철새...
갓 부화된 새끼는 첫 여름만 보살핌을 받고 그 뒤에는 둥지를 떠나 스스로 살아가게 한다”
이다.
그렇다면 신조어 “기러기 엄마, 아빠”는 적절한 비유어가 아니다.

기러기는 새끼 때문에 헤어져 살지 않는다.
새끼도 날 때 쯤 스스로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러기는 새끼 때문에 인위적인 이별도 하지 않고 새끼를 끝까지 거두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턱도 없는 기러기인가?
아마도 금실 좋은 부부 이별의 애틋함을 역설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한참 좋은 시절에 부부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인생은 유한하며 한 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보장 받은 것도 아닌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 금전적 고초는 차치하고서라도 부부의 시간까지 담보해야 하는가?
인생의 여정이 제아무리 길다 해도 일일이여삼추라면 비록 그 기간이 1~2년이라도 10년 20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회의를 느꼈음 직 하다.

또 하나
어느 나라 엄마 아빠가 우리들처럼 애절한 “기러기 望夫歌”(?)를 부르고 있을까?
아빠랑 멀리 떨어져 있는 어린 자녀들은 과연 마음 편하고 행복할까?
행여 어른들의 이기심이 자녀의 정서마저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론은 “아니다”인데...
그럼에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얻기 위해서란 말인가?

기러기 엄마 아빠의 애환은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
중도 포기는 절대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막연한 패배의식이 기러기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조기영어유학이라는 무지개가 오늘도 부부의 어깨를 짓누른다.
가정이란 둥지를 박차고 떠난 우리네 기러기의 슬픈 연가를 들으며 날밤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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