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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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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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강(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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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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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_학생들과_학부모로_붐비는_싱가포르_초등학교의_하교_시간.JPG

    조기유학과 그 한계
  -2:3 2:3법을 제안한다-

우선 가족의 이민이나 부모의 직장으로 유학할 수밖에 없는 소위 합법유학은 논외다. 특기자 유학도 논의에서 제외하자. 또한 이곳에서 공부를 잘하여 좋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였거나 싱가포르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경우도 물론 거론 대상이 아니다.
단기 영어(중국어) 연수의 경우에 한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언어습득을 위한 유학 즉 우리나라 초등교육법이 정의하는 임의(불법)유학이 논란의 대상이다. 여러 번 거론했듯이 글로벌시대에서 국제적 소통을 위해서는 세계 공용어의 습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렇다고 꼭 조기유학인가? 의문점은 있되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과학적 타당성도 있다. 언어의 가장 활발한 습득능력이 4세에서 10세 전후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남의 것을 배우려다가 나의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충고도 있다. ‘적어도 모국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구사할 때’라고 그 시기를 못 박는 학자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우리는 싱가포르에 왔고 세계통용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중국어까지도 습득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참 대단한 열성이다.
대개,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로 잡고 있는 듯하다. 재미 붙으면 아예 주저앉는 분들도 더러 있다.

문제는,
아이들을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시킬 것인가? 아이들은 얼마나 적응하는가?
우리처럼 하숙과 홈스테이를 오가다 끝내 늙은이들을 불러들여야 하는가? 애당초부터 기러기 엄마 아빠의 외나무다리를 걸어야 하는가? 그 어느 것 하나 옳고 만족스럽지 않다. 어느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는 난감한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도 문제는 있다. 과연 내 아이가 1년 어학연수를 해서 얼마만큼 영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모국에서 이곳에 들어가는 비용이면 일류과외를 받을 수도 있고 그 효과는 유학보다 훨씬 낫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단기 유학의 부정적인 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1년이면 어지간히 귀는 트인다고 한다. 말하는 법도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가는 길만큼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쯤에서 멈출 우리가 아니다. 길 찾는 정도에서 만족할 리 없다.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그래서 1년 그리고 또 1년씩 보태어 가게 된다. 조금만 더하면 1등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자꾸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다.
이러다가 보면 자녀와 모국과의 관계가 아리송해진다.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진다.

기러기는 더 큰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부부의 관계, 부자지간의 관계다. ‘공허’와 ‘그리움’이다. 일일이 여삼추(一日如三秋)인 것이다. 그 아픔의 세월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1년 2년을 못 견뎌 내겠느냐고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그리움은 불현듯 나타나 가슴을 헤집고 간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구석구석은 멍들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사례는 지금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는 이 문제가 늘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것이다.
지금 싱가포르 기러기 엄마(아빠)는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미주(美洲) 거주의 기러기 가족은 대개 1만5천여 명이라고 한다. 모국의 경제가 어렵고 싱가포르 환율이 꼼짝하지 않고 있는 지금 싱가포르 기러기가족에 있어서 더없는 고통이자 시련일 수밖에 없다. 다만 꼴 보기 싫은 치맛바람 안 봐서 좋고, 과외공부에 시달리지 않아 좋고, 남의 시선 의식할 것 없어 편할지는 모르지만 그 비용은 너무 크다. 금전으로서는 도저히 환산할 수 없는 ‘공허’와 ‘그리움’의 비용까지 말이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1, 2, 3년간의 어학연수로써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맛만 보고 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스스로 달랜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도 영어 한마디 알아듣지 못하는데 듣는 귀만 뚫려도 그게 어디냐고? 맞다. 일찌감치 외국바람 쏘이고 견문을 넓힌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분명 헛된 투자는 아니다. 낭비랄 수도 없다.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대목에서도 문제는 자의식(自意識)이다. 자녀의 언어수학능력을 알아야 한다. 유학이라는 우월감의 자가도취에 빠져서는 안된다. 영어나 중국어만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가족 간의 관계, 우리 언어와 문화 그리고 인성교육까지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꼬리를 잘라야 한다.

내가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측면에 포인트를 두었나? 나와 같은 시각을 통해 우리 한 번 되돌아보자는 취지이다. 여러 생각을 토해 내고 나누는 과정에서 엇비슷한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 물음표를 크게 달고 있다.
내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1. 이삼 이삼 유학(초등학교 2~3학년 때 유학, 2~3년에 마침)
2. 중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다니자.
3. 유학으로 승부하겠다면 또렷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미래의 자화상도 그려야 한다.
세 번째의 경우는 싱가포르의 교육정책과 각국 학교 간의 연계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잘 알다시피 싱가포르 교육은 철저한 경쟁체제다. 말부터 배워야 하는 우리가 적응하고 앞서 가기란 결코 녹록찮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대학 졸업자가 한국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내가 제안하는 2:3, 2:3을 하면 골머리 싸맬 필요 없이 영어만 잘 배우고 떠나면 된다. 내 손녀는 만 2년 반, 손자는 3년의 싱가포르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했다. 모두 초등학교 6학년으로 복학하였고 손녀는 여중생이 되었다. 영어로서도 인기가 높다니 유학의 보람을 느낀다. 특히 손녀는 외국어고등학교 초.중생 영재반에 들어가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외국어를 가장 잘하는 것은 모국어를 잘하는 것이다.’라는 진리다. 손녀는 싱가포르에서 ‘콘도의 소음’에 대한 시비를 통역할 만큼 영어를 잘했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이 서툴러 영어를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영어끼리의 소통만 잘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임의유학의 경우는 학부모 마음대로 우리나라 학교를 들락거릴 수 없도록 법이 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진급을 위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을 마쳐야 한다. 즉 초등학생 때 임의유학을 하고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학년 1학기 초(5월) 이전에 ‘교과목별이수인정평가’를 위한 시험(국어 영어 수학 사회)을 봐서 합격해야 한다. 6학년의 3분지 2 이상을 다녀(수학)야만 초등학교 졸업이 되고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9조에 따라 3개월 이상 장기결석한 자는 정원 외로 학적을 관리하며 이런 학생이 다시 학교에 다니고자 하거나 취학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과목별이수인정평가위원회가 실시하는 교과목별 이수인정평가의 결과에 따라 학년을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놓치게 되면 검정고시라는 번거롭고 힘든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는 이 같은 법적 문제보다 더 비중을 가지는 현안은 아이들의 인격형성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밀착된 사랑의 교감이 곧 올바른 인격형성의 기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뼈를 묻어야 한다면 중고등학교 생활을 통한 학우 간의 관계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사회생활에서 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세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다. 그 친구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느냐, 한국에서 중학교의 학적을 우선 취득해 두고 다시 유학을 하느냐?”를 놓고 고민깨나 했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갈등과 번민을 겪어야 했다. “초등학교의 어학연수에서 끝내자.” 아들과 며느리는 숙고 끝에 내 뜻을 수용한 것 같다.
귀국 즉시 과외수업을 받아 6학년 학력고사를 잘 치르고 입학하였었다. 그리고 며느리는 이내 곧 ‘아버님 말씀을 듣기 잘했다.’고 고마워했다. 어쨌든 영구귀국 결정에 만족한다는 데 마음이 놓였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손녀는 한동안 싱가포르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나는 손자 때문에 싱가포르에 남아 있고 중학교 진학을 위해 먼저 귀국한 손녀와 나눈 대화 한 대목을 그대로 소개한다.
‘우리 손녀 학교 잘 다니고 있다며…’
‘예’
‘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물론이지요.’
‘참 좋겠다. 역시 싱가포르보다 우리나라 학교에 다니는 게 더 좋지?’
‘아니요.’
‘왜?’
‘수업시간이 싱가포르보다 두세 시간이 더 많고 학원도 세 군데를 다녀야 하니까 숙제할 시간조차도 부족해요.’
‘아이고나, 우리 손녀 힘들겠구나. 그래 학원은 어디어디 다니는데?’
‘국어, 수학, 영어, 중국어고요. 그리고 원어민 선생님과 전화대화 20분도 있으니까 너무 바쁘고 힘들지요.’
손녀의 ‘과외’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답이 난감했다. 손녀는 이미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문제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 그래 힘들겠구나. 그런데 공부를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드니까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어 재미있다고 생각해 봐…’
어른으로서 할아비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손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영어 자격시험을 보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자격시험의 명칭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유는 국제중학교에 가기 위해서란다. 참으로 가슴이 아픈 일이다.
‘왜 또 국제중학교를 가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우리나라의 천편일률적인 주입식교육이 또다시 짜증을 불러온다. 더 큰 문제는 학교선택의 문이 너무 좁다는 데 있다. 영어로만 수업을 받겠다는 학생들의 욕구도 평준화 바람에 밀려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대여론에 부딪치다가 겨우 두 국제중학교가 문을 열었으나 입시전형까지도 반대입김에 밀려 일반중학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절름발이라는 것이다. 상생의 정신이란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결국 조기유학은, 그 시작도 끝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속에서 무작정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서 나의 교육관과 흡사한 한 편의 교육관련 기사 요지를 소개한다.

왜 미국식의 교육방식이 최고인가?
첫째는 반드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기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국가의 시스템과 국민의식이 있다.
두 번째 재미동포 김승기씨의 컬럼비아대 박사학위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가 주목을 끈다.
하버드, 예일, 코넬, 컬럼비아 등 미국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퇴율이 44%나 되었다고 한다. 유태인(12.5%), 인도인(21.5%), 중국인(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왜 그럴까?
“학부모들의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방식이 한인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게 하는 주된 이유이며, 이것이 학교생활과 미국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학생들은 “중학생만 돼도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나 학원에서 보낸다. 그런 환경 탓에 한국 학생들은 자율이 보장되는 대학생활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물로 성장하기보다 남보다 뛰어난 학생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사리 미국 명문대에 들어간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군대처럼 일상생활을 통제 당하던 버릇 때문에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곳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고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뒤처져서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아이비리그(Ivy League) 가운데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학문적으로 성공한 학생보다는 늘 행복한 학생을 뽑았을 때 커뮤니티 자체가 행복한 캠퍼스로 바뀐다.”고 말했다.
요즈음 우리나라 학생들 가운데서 진실로 ‘행복한 학생’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다음 주 화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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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그릇님의 댓글

그릇 (sybae4u)

항상 공감하는 부분을 '콕'집어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늘 고민해왔고, 또 고민하는 부분입니다...아이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조급증의 엄마는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찾아보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하지만 님의 글을 읽고 마음의 정리도 하고, 반성도 또 하게 되네요...다음주도 기대하겠습니다...고맙습니다...건강하세요...^^

둘리맘님의 댓글

둘리맘 (sohnjung)

오늘은 정답이 없이 늘 고민하는 우리들의 머리속이네요...다행이 우리 가족은 아빠가 해외근무중이라..그 틈을 이용해 나와 억지 기러기가족은 아닙니다만...한쪽이 떨어져 지내는 슬픔은 똑같은 것이겠지요..아이의 행복과 능률...보는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결정에 우리 부부도 늘 고민합니다...멀리 파키스탄에서 애기아빠도 읽어보라고 해야 겠네요...그리고 토론을 하는 날로 잡아야 겠어요..남편은 제가 토론하자면..겁부터 나겠죠..~~ㅋㅋ

청풍명월님의 댓글

청풍명월 (hwan8606)

싱에서 4개월째  힘들어 하던 큰애가 이제 좀 여유를 가지니 보는 엄마도 한시름 덜어 내지만 갈길은 머네요 국제학교 교육과정을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한국과 비교를 해봅니다.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멈출수 없는 고민들입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그릇님, 둘리밈님, 청풍명월님, 세 분 모두 감사합니다. 사실 자녀 교육에 있어 정답은 없습니다. 어제 저는 카이스트 대학생 4명이 올해들어 잇따라 자살한데 대해 경남여성신문(인터넷 판) 사설로 썼습니다. (사설, 시론, 남강칼럼을 쓰고 있음). 저의 주장은 '사람 만드는 교육'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숨통이 좀 트일 것입니다. 지극히 순리대로 생각하고 실천하면 그것이 최선입니다.

ireneyun님의 댓글

ireneyun (ireneyun)

아이를 키우며 잘 키운다는것의 정의 자체가 모호해지고 가지고 있던 소신이란것도 무너져 가는 제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또 열심히 노력하며 사랑하는 아이를 키워내야 겠지요.오늘도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

ireneyun님, 자식을 키우고 가르친다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지식습득보다 인간의 교육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잘 하시리라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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