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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0명의 기도가 서초동의 새벽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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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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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3시30분 무렵이면 서울 강남역 부근에선 ‘사랑의교회 현상’이 벌어진다. 아직도 사위는 캄캄한 어둠에 묻혀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골목마다 손에 손에 성경책과 찬송가를 든 사람들과 차량의 행렬이 이어진다. 교회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빨라지던 걸음은 교회 앞에 이르러선 거의 달리기로 바뀐다. 가능하면 본당, 그것도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다.

지난 8일부터 10월18일까지 일요일만 빼고 이어지는 이 교회 ‘40일 특별 새벽 부흥회’의 열기가 뜨겁다. 신자들 사이에선 ‘특새’로 불리는 새벽기도회의 참석인원은 매일 5000~6000여명.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열기다. 갈수록 참석자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로도 매일 900여명이 기도회에 참석한다. 교회 홈페이지엔 “1부 특새를 마치자마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번개같이 본당으로 잠입에 성공” 등 본당 입성 성공담과, 인천 수원 등지에서의 카풀 제안, 멀리 사는 신자를 위한 숙소 제공 제안 등이 잇따른다.

월요일이던 지난 22일 새벽 3시50분경. 기도회는 4시40분부터 시작된다고 공지됐지만 25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본당 입구엔 이미 만석(滿席)을 알리는 팻말이 붙었고 안내원들은 신자들을 별관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바깥은 초가을 새벽바람이 꽤 쌀쌀했지만 교회 안은 냉방을 했음에도 운집한 신자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미 신자들로 꽉 찼다는 소식에 오정현 목사는 예정보다 20분 앞서 본당에 입장했다.

말기 암환자 등을 돌보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제단에 초대해 열린 이날 기도회는 찬양과 기도, 설교 등으로 1시간40분 가량 이어졌다. 오 목사는 중소기업인, 대학생 등 청년들, 여교구장, 3대 교인 가족 등 주제를 정해 교인들을 제단에 초대하고 그에 어울리는 주제로 설교한다.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과 북한 문제, 민족 문제 등도 설교의 주제다. 설교도 구체적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부촌인 강남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는 데 인생의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서초동 일대 곳곳에 들어선 흐느적거리는 술문화가 물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또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이 되기는커녕 사회에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은 통탄할 일”이라고 반성하며 “기도의 파도로 사회에 만연한 의심의 돌을 물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어떤 힘이 새벽마다 이 인원을 교회로 모으고 있는가. 매일 새벽 2시50분쯤 분당 집을 나선다는 김대영(44·사업)씨는 “과거엔 새벽 기도를 하더라도 저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를 비는 ‘좁은 기도’였다”며 “오 목사님의 설교는 우리 사회, 나라, 세계로 기도의 차원과 비전을 넓혀주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과 함께 참석한 정혜승(35)씨도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영적인 치유를 강조하는 목사님의 세계관에 동감한다”며 “새벽 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드는 등 생활패턴까지 바꿨다”고 말했다.

새벽기도회 열기에는 이 교회가 보여준 모범적 모습도 한 바탕이 됐다. 알려진 대로 이 교회를 개척한 옥한흠 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둔 상태에서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LA인근에서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이끌던 오정현 목사를 후임자로 발탁했다. 목회자 세습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일부 대형교회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또 이 교회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교인들에게 간단한 기념품이나 떡이라도 제공하기 위해 준비했던 돈 2억원을 지난 8월 단전·단수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열린 창립 25주년 기념예배는 떡도 기념품도 없이 진행됐지만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오정현 목사는 새벽기도회 열기에 대해 “요즘 사회가 워낙 어렵고 꿈이 없기 때문에 교인들이 하나님께 마음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하나님께서 우리들 믿음의 용량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9.25 조선일보churchprayer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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