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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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에게 투정만 부리는 나를 비롯한 모든 남편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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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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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 합시다"









이런 감동적인 글이 있습니다.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서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명절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럼 당신은 당신 집에 가, 나는 우리 집에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명절이 되자,







정말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난데없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뭐?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피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이 돋는다고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고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처가 집에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오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렇게 아내는 떠나고 말았다.











여러분! 있을 때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할 때,







힘 있을 때,







아내가 옆에 있을 때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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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beat님의 댓글

beat (gapoman)

저의 눈물샘을 자극함과 동시에 결혼한지 얼마 안된 저로서도 엄청난 공감을 불러오는 글입니다. 좋은 글귀 진심 감사드립니다. 반성해야겠습니다.

좋은비님의 댓글

좋은비 (ease)

오늘은 와이프한테 사랑한다는 말 10배는 더 해줘야 겠어요.. :)

View님의 댓글

View (emnofate530)

감 사 합 니 다 ..

람세스2세님의 댓글

람세스2세 (kyj517)

우리 남편이 좀 읽었으면 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초심귀환님의 댓글

초심귀환 (roadprince)

ㅠㅠ.................

oktomam님의 댓글

oktomam (oktomam)

읽자마자 눈물 나네요...

MAX님의 댓글

MAX (bomflhy)

공...감...

Mirlan님의 댓글

Mirlan (mirlan)

밉네요 ㅠ.ㅠ
엄청 울었어요
지금 실제로 일어 나는 일인 줄 알고... 아니라서 다행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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